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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s The Number!

Writer: hako
hako
Aug 29
3 min read

Updated: Aug 30

REVERSE: 1999 드림 커미션 | 37 × 로잘린 + 구급상자


◈ ◈ ◈



라플라스 연구소 근처의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늘 연구원들이 한 명은 있다. 오늘은 한 명이 아닌, 무려 네 명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이변이 있었지만.

만족스럽게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든 37이 가게의 문 쪽에 서 있는 동료 연구원 둘을 빤히 바라보더니, 갑작스럽게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제 몫의 아이스크림을 받아 든 로잘린은 깜짝 놀라더니 37을 향해 외쳤다.


“37, 기다려!”


로잘린은 순식간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달려 나간 옅은 청색의 소녀를 쫓아갔다. 현장에 덩그러니 남겨진 메디슨 포켓은 “왜 저래?”라는 말을 하더니 색채 상자에게 꿀밤을 한 대 먹였다. 어찌됐든 색채 상자의 탓이겠지, 라는 의미가 담긴 행동이었다. 물론 그 꿀밤은 아무런 타격도 없었고, 색채 상자는 그저 존재했을 뿐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튀어 나갔던 두 소녀가 일련의 사건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 거야, 37?”

“이상해, 그런 건 처음 봐. 그런 식으로 숫자가 마구 바뀌는 존재는 처음 봤어. 아니, 사람이 맞기는 할까?”

“사람? 하하하, 색채 상자 씨는 초자연자긴 하지. 그래서일까?”

“아니야,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돼!”

“알았어, 알았어. 우선 아이스크림부터 먹는 게 어때? 녹아버릴 것 같은데.”

“아!”


37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녹아내리기 시작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핥기 시작했다. 그런 제 친구를 본 로잘린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색채 상자는 초자연자인 만큼 유별난 라플라스 내에서도 유별나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정정해야 할 건 정정해야 하니까.


“그리고 방금 그건 실례였으니까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실례? 누구라도 마구 바뀌는 숫자들의 나열을 봤다면 그랬을걸!”

“나는 상관없는데. 뭐라고 보여?”

“너는 그게 궁금하냐? 나더러는 무리수라고 하던데.”


어느새 공중에 둥둥 뜬 채로 다가온 색채 상자는 37과 로잘린, 두 사람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뒤따라온 메디슨 포켓의 핀잔을 들은 37은 삿대질로 그를 가리키더니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거의 떨어트릴 뻔했다. 그런 37의 손을 애써 거두며 아이스크림을 잡는 것은 오롯이 로잘린의 몫이었다.


“그래, 무리수! 탄 콩으로 만든 음료를 마시는 친구잖아!”

“그리고 네가 먹는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초콜릿 콩으로 만든 거지. 그래서, 뭐라고?”

“수열도 아니고 무작위로 바뀌어···이상해.”

“그렇다는데? 네 본성을 바로 알아차린 녀석은 또 처음이네.”

“딱히 숨긴 적은 없는데.”


메디슨 포켓은 남은 아이스크림을 한입에 털어 넣더니 콘 부분을 질겅이기 시작했다. 날뛰던 37이 갑작스레 조용해진 것을 깨달은 로잘린은 주머니에서 메모장과 펜을 꺼내 37의 손에 쥐여주었다. 숫자들의 나열을 보고 뭔가 수열의 가능성이라도 느낀 건가? 빠르게 움직이는 37의 손을 따라잡은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가 무언가를 증명해 낼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로잘린은 조용히 있었다. 바로 옆의 다른 두 사람—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옥신각신했지만 말이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존재의 투닥거림은 멈췄고, 거리에는 정적과 함께 메모장 위에서 열심인 푸른 소녀와 그를 관찰하는 세 존재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37은 펜으로 한 페이지에서 북북대더니 펜을 던졌다. 무언가 알아냈다는 소리일까. 로잘린은 던져진 펜을 줍고 제자리에서 일어난 37이 입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이 작으면서도 대단한 천재가 이번에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 색채 상자의 불가해함은 라플라스 소속이라면 한 번쯤 의문을 가질 법도 했고, 지금까지 모든 것에 해답을 내놓았던 37이라면 무언가를 알아냈을 수도 있다.


“틀렸어, 답이 보이질 않아! 혹시 진리의 현신인 걸까?”

“푸하하, 진리? 이 자식이? 너도 틀릴 때도 있구나?”

“메디슨 포켓 씨, 그건 좀···.”

“왜? 이건 ‘혼돈’에 가깝겠지. 그 아르카나처럼! 차이점이라면 재건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고.”

“고맙지?”

“퍽이나!”

“나중에 답을 알아내면 알려줘도 될까, 이상한 친구?”

“물론이지.”


로잘린의 손을 잡고 바닥에서 일으켜진 37은 옷을 툭툭 털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아주 답이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색채 상자는 더 이상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로 메디슨 포켓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어 어딘가로 사라졌다. 로잘린은 가볍게 목례했고, 색채 상자는 손을 내젓는 것으로 화답했다. 짧은 인사 직후에 37이 불쑥 말을 꺼냈다.


“있지, ∞/0이 가장 많이 보이기는 했어.”

“수학적으로 틀리잖아.”

“그렇지! 그래서 헷갈렸는데 아까 보였던 수들을 생각하면···∞, 22/7, 음···.”

“딱 떨어지는 숫자는 확실히 없었다는 거지?”

“응, 0이 두어 번 보였던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지.”

“연구실로 돌아갈까? 도와줄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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