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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ORXOR
REVERSE: 1999 OC × Medicine Pocket yume | 1st Aid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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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DORXOR에서 이어집니다.

 

얕은 잠에서 깨어난 메디슨 포켓이 병상 위에서 마른세수를 했다. 탁자에 

놓인 시계를 보니 오후 11시였다. 더 이상 병실에서 밍기적댄다고 해서 자신의 상태가 특출나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메디슨 포켓은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어찌됐든 자신은 의사니까.
무채색의 복도를 여럿 지나 라플라스의 안쪽을 향해 계속해서 걷다 보면 자신의 연구실이 나온다. 이따금씩 울렁이는 머리와 속에 신경질내며 메디슨 포켓은 제 연구실에 발을 들였다.
이 시간에 제 조수가 연구실에서 자신을 반길 것은 예상하지 못하고.

“어, 리리카. 일찍 퇴원했네?”
“왜 아직도 있어?”
“나는 네 조수니까. 그런데 퇴원해도 되는 거야?”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급한 불은 껐으니까 나머지는 스스로 케어할 수 있어.”
“자신만만하네. 너 정말 큰일날 뻔했다니까?”
“알고 있거든?”
“네가 코피 잔뜩 흘리고 토한 걸 봤어야 하는데. 덕분에 치우는 데 한 세월 걸렸다고.”
“······.”
“실험 일지는 최대한 복구해서 백업했어. 물론 토해둔 부분은 도저히 수습 불가였지만, 뭐라고 썼는지 기억은 나?”
“나겠냐?”

이미 각종 걱정과 잔소리에 지친 메디슨 포켓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더해진 핀잔이 성가신 것도 성가신 것이지만, 아직 느껴지는 위장 통증과 뇌 주변을 기어다니는 두통 탓이었다. 비틀거리는 메디슨 포켓에게 색채 상자가 다가갔다. 이마에 차가운 손이 닿자 메디슨 포켓이 움찔한다. 이윽고 곰곰히 생각하는 색채 상자의 귀가 메디슨 포켓의 가슴에 닿는다.

 

“열은 딱히 없고···”
“있겠냐고.”
“각성제 해독은 얼추 됐을 텐데, 심장 박동수가 여전히 높네?”
“······네가 멋대로 닿고 있잖아.”
“새삼스럽게?”
“파블로프의 개랑 비슷한 거지. 학습된 거라고.”
“오?”
“오? 는 무슨. 너는 아니겠지만 인간의 육체는 조건 반사라는 게 생기기 마련이라고.”
“긴장 돼?”
“헛소리 말고.”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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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상자가 메디슨 포켓의 가슴에서 고개를 뗐다. 제법 멍한 메디슨 포켓의 표정을 마주하니 괜히 더 놀리고 싶어졌다. 아직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모양인데, 정신 좀 차리게 해 줄까? 인간에게는 충격 요법이라는 게 통하기 마련이랬으니.

색채 상자는 망설이지 않는 타입이기에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미쳤어?!”

 

메디슨 포켓이 펄쩍 뛰었다.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색채 상자가 예고도 없이 그의 왼뺨에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좋은 반응이네. 이제 정신이 좀 제대로 드는 모양이야.”

“야!!!!!”

“어디였더라···그래, 프랑스. 볼에 가벼운 입맞춤으로 인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네가 프랑스인도 아니고 무슨 상관인데?! 애초에 그건 소리만 내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아, 그래? 흘려들어, 핑계인 거 알잖아.”

“아오, 너는 진짜—”

 

길길이 날뛰던 메디슨 포켓의 시야가 핑글 돈다. 그대로 무너지던 메디슨 포켓을 색채 상자가 잡았다.

 

“너 아직 환자야, 리리카. 제 상태도 자각 못 하고 멍청하게 날뛰는 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하···너에게서 격리되는 게 제일 좋은 회복법 같은데.”

“그래? 그럼 이거 놓는다?”

 

털푸덕.

 

정말로 색채 상자의 손에서 떠난 메디슨 포켓이 바닥에 고꾸라진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판단하는 데 평소 걸리는 시간의 2배를 들인 그가 멍하니 색채 상자를 바닥에서 올려다 보았다.

 

“······나 환자라고.”

“그래? 자각은 있어서 다행이네.”

“미친 새끼야···.”

 

메디슨 포켓이 부들대는 두 팔로 바닥을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고꾸라진 충격 탓인지 머리가 아까보다 더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망할, 조금 더 입원하고 있을 걸 그랬나.

색채 상자는 그런 메디슨 포켓을 빤히 바라보더니 일으켜 소파까지 이끌어 주었다.

 

“소파에 누워 있어. 속에는 페퍼민트 차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

“마음대로 해.”

“다녀올게.”

 

조명 밝기를 낮춘 색채 상자가 연구실을 나섰다. 돌아온 적막에 메디슨 포켓은 한숨을 내쉬고 소파에서 뒤척였다. 기분 탓인지 아까 털어넣었던 각성제의 쓴 맛이 입에 감도는 느낌이 들었다.

 

 

“안녕, 실비.”

“채이다!”

“2호! 저번에 받은 초콜릿은 어디서 산 건지 물어봐!”

“음? 채이! 혼자서 웬 일—아, 메디슨 포켓 쓰러졌지? 조용히 좀 해, 바보들아! 무례하잖아!”

탕비실의 테이블 앞에 앉아 컵라면을 먹던 히사베스가 반갑게 인사하며 제 형제들에게 쓴소리를 한다.

 

“응. 여전히 약효가 남아서 그런지 종잇장마냥 팔랑거리더라고.”

“하긴, 워낙에 최대 투여량으로 계산하는 녀석이 임계치를 넘겼으니까.”

“나는 언젠간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았어.”

“2호도 그럴까봐 걱정된다니까? 우리도 생각하라고!”

“자업자득이지, 뭐. 뭔가 배운 게 있을지 모르겠네.”

“하하, 그래도 걱정했잖아?”

“뭐, 조금은?”

“쉽게 인정하네.”

“나는 조수니까.”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히사베스는 쉬익대는 형제들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컵라면을 호록댔다. 색채 상자가 그런 히사베스를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컵라면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그거 맛있어?”

“응? 뭐,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플레이크 덕에 제법 괜찮은 편이야.”

“환자에게 주긴 좀 그렇겠지?”

“메디슨 포켓에게 갖다 주게? 얌전히 죽이나 먹으라고 해. 탈 나면 갖다 준 너한테 불똥이 튈 걸?”

“네 말이 맞아, 실비.”

색채 상자는 페퍼민트 티백을 잔에 넣어 우렸다. 또 다른 잔에는 제 몫의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있지, 실비. 비쥬는 정말 소리만 내서 하는 거야?”

“응? 뭐 사람마다 다르지만···요새는 그렇지? 나는 그냥 안 하지만.”

“그렇구나.”

 

잠깐의 어색한 정적이 탕비실에 머물렀다. 왜 저런 질문을 하지? 뭔가 재밌을 것 같은데 물어보면 안 될 것 같다. 히사베스는 라면 면발을 우물거리며 같은 생각을 하는 제 형제와 곁눈질을 했다.

 

“나는 가볼게. 맛있게 먹고 나중에 또 보자.”

“그래, 잘 가.”

“잠깐! 그 초콜릿 어디서 났는지 물어보라니까!”

“라플라스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쇼콜라티에 가게에서 샀어. 시즌 한정이었어서 지금은 있을지 모르겠네.”

“이런, 아쉬워라.” “그거 아쉽네.”

 

제 형제를 제지하려던 히사베스가 무의식적으로 진심을 말했다. 서로를 마주보던 두 뱀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했다.

 

“난 진짜 가볼게. 메디슨 포켓이 헛짓하지 않는지도 봐야 해서.”

“알았어, 진짜로 잘 가!”

“잘 가.”

 

 

색채 상자가 연구실로 돌아오니, 낮춰둔 조명들이 다시 켜져 있었다. 소파에 누워 있는 메디슨 포켓에게 그가 조용히 다가갔다.

 

“왜 불을 도로 켜뒀어?”

“어두운 게 정신 잃은 느낌 나니까 짜증나서.”

“그럴 줄 알았으면 안 끄고 나갔지.”

“나도 이럴 줄 몰랐거든?”

 

퉁명스레 답하는 메디슨 포켓의 옆에 페퍼민트 차가 놓인다. 소파 구석의 남은 공간에 색채 상자가 앉아 제 몫의 커피를 홀짝였다.

 

“···커피 냄새.”

“너 당분간은 커피 금지인 거 알지?”

“아~~~.”

 

메디슨 포켓이 그 사실을 기억하곤 제 머리를 벅벅이며 헝클인다. 미친 짓이었지, 살면서 그딴 실수는 저질러 본 적이 없는데. 두통과 쓰린 속보다 커피 금지가 더 아프게 와닿았다.

 

“불공평하잖아! 그럴 거면 너도 커피 마시지 마, 어차피 너한텐 효과도 없잖아?!”

“이게 도대체 무슨 투정이지?”

“상사 말 좀 들어!”

“그건 명백한 권력 남용이야, 리리카. 부당한 요구를 계속하면 루시 씨에게 보고하겠어.”

“아오!”

 

심통이 잔뜩 난 메디슨 포켓이 옆에 놓인 페퍼민트 차를 쭉 들이켰다.

페퍼민트에는 위장관 진정 효과가 있댔나 뭐랬나. 당장은 모르겠지만 텅 비어있던 위장을 따뜻하게 데우는 역할은 확실히 했다.

 

“네가 반은 맞았어, 리리카. 비쥬는 정말로 입을 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소리만 내는 경우가 많대.”

“그걸 알아보려 나간 건 아니지?”

“전혀. 탕비실에서 히사베스를 마주쳤을 뿐이야. 그 애도 프랑스 출신이잖아?”

“아.”

 

차를 들이키고 도로 널부러진 메디슨 포켓이 그랬지, 하며 눈을 굴렸다. 앞서 있었던 볼뽀뽀 사건을 잊고 있었는데 도로 생각이 났다. 하여간 거리감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 하지만 메디슨 포켓 역시 해부나 실험을 위해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편이었기에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쪽에는 무감한 본인인지라.

 

“근데 말이야.”

“응?”

“나 얼마나 토했었냐?”

“그게 궁금해? 그 날 소화 덜 된 점심을 다 게워낸 건 물론이고, 말고는 네가 먹은 게 있어야지. 위액도 제법 쏟았던 걸.”

“아오. 어쩐지 식도가 따갑더라니.”

“그래도 위세척은 면했잖아?”

“에휴.”

“웬만하면 앞으로는 내가 있을 때 그래. 호출기 누르지 말고.”

“생각해 보고."

 

메디슨 포켓이 소파의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

 

“여기서 잘 거야?”

“문제가 돼? 내 연구실이거든.”

“아니. 그럼 나도 여기 있을까 싶고. 만에 하나 네가 또 토하거나 그러면 누군가는 있어야 할 거 아냐.”

“하···마음대로 해. 대신 나는 건들지 마.”

“생각해 보고.”

“그럴 거면 저리 꺼져.”

“마음대로 하라며?”

“건드는 것 빼곤 마음대로 하라고. 그만 말 걸어.”

 

메디슨 포켓은 그렇게 심통을 부리며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가며 잠든 그가 5시간즈음 뒤에 깰 때까지 색채 상자는 미동도 없이 곁에 앉아 있었다.

© 2026 hako | updated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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