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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ORXOR
REVERSE: 1999 | 메디슨 포켓

◈ ◈ ◈


 

_메디슨 포켓이 처음으로 실패한 자가실험을 상정했습니다. 투여량을 잘못 계산해서 OD of OD를 해서 반쯤 사경을 헤맨···또한 관련해서 조금 놀랄 수 있는 연출이 있습니다.

"으음."

"아. 정신이 들어, 메디슨 포켓?"

"···메스머 주니어?"

"그래. 인지 능력에는 별로 영향이 없는 모양이네. 너 지금 라플라스 병동에 있어."

"쯧."

"쯧? 너 지금 큰일 날 뻔했다는 건 자각하고 있지?"

"······실수야."

"그 대단하신 메디슨 포켓께서 투여량 계산 실수를 했다고?"

"뭐? 나도 사람이야.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냐?"

"그래, 그래. 성질낼 기운도 있는 걸 보니까 그 애가 주고 간 건 확실히 효과가 있었나 보네. 운 좋은 줄 알아."

"누가 뭘 주고 갔는데?"

"에즈라 시어도어. 약물 분석지를 보더니 도움이 될 거라면서 포자 시약을 주고 갔거든. 그거 아녔으면 넌 여전히 의식이 없었을 걸?"

"그것 참 미안하게 됐네. 알겠으니까 생각 좀 하게 나가."

"그러든지."

 

메디슨 포켓의 반응을 예상한 메스머 주니어는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병실을 나섰다. 여전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메디슨 포켓은 제 옆에 놓인 클립보드를 집어 들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메디슨 포켓이 혼잣말을 하며 책상에 두 손을 짚고 일어난다.

온갖 서류들과 잡동사니가 널린 하얀 책상의 중심에는 방금 전까지 그가 휘갈기며 계산한 몇몇 신약들의 투여량이 적혀 있다. 스스로의 키, 체중, 그리고 현재의 혈액 상태까지 고려해 계산한 최대한의 투여량.

 

각성제, 각성제, 그리고 각성제.

 

이론상으로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투여하면 현존하는 각성제 중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중 둘은 경구 투여, 그리고 하나는 주사 투여. 스스로를 채혈하며 바늘을 꽂는 것이 일상이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계산한 바로는 경구 투여의 약효가 돌기까지 30분 내외이니 그 안에 문제라도 생기면 미리 의료팀을 호출하거나···뭐, 죽지 않을 정도로 계산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을 끝낸 메디슨 포켓은 망설임 없이 제 앞에 놓인 흰색과 회색의 알약 더미를 입에 털어넣었다.

 

"으."

 

확실히 쓴맛은 달갑지 않았다. 각성 효과를 극대화 시킬수록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각성제 칵테일 실험 일지

 

투여 5분 경과.

아직은 큰 변화가 없다. 주사로 투여한 약은 이미 약효가 돌기 시작해서인지 심박수가 분당 20회 가량 증가했다.

 

투여 15분 경과.

앞서 기록한 것에서 심박수가 10회 정도 더 증가했다. 혈압은 30mmHg 정도 증가.

확실히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느낌이다. 경구 투여한 약물의 효과가 돌기 시작했다.

 

투여 20분 경과.

머리가 깨질 듯하다. 순환이 빠른 체질이라면 15분 내외로 효과가 돈다는 가설이 옳았다.

또한 비강 출혈이 시작되었다. 역시 예상했던 부작용 중 하나이다. 

위장관이 메슥거리고 전신에 바늘을 촘촘히 찌르는 감각이 든다. 세 가지를 전부 한꺼번에 투여하는 것은 고려해야 할 수도 있겠다.

 

 

"—아, 좀 위험한데?"

 

메디슨 포켓은 미리 준비해둔 솜뭉치로 코를 틀어막고 소파에 기댔다. 날카로우면서 울려대는 두통 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어 그대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온 신경이 곤두서서인지, 제 눈가의 다크서클이 뺨 위를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메디슨 포켓은 양손으로 얼굴을 박박 문지르고 앞에 놓인 종이에 계속해서 경과를 떨리는 손으로 기록했다.

 

 

투여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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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뜬 메디슨 포켓이 새하얀 천장을 마주한다.

이내 그의 시선이 팔에 꽂힌 바늘을 바라본다. 익숙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것.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그래, 분명 호출기를 눌렀던 것 같다.

 

새하얀 천장, 새하얀 환자복. 얼마 동안 기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은 확실히 아니다. 멈추었던 생각을 재개한 메디슨 포켓의 옆에서 메스머 주니어가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메디슨 포켓은 옆에서 일갈하는 메스머 주니어의 말을 절반쯤 흘려들으며 관성적으로 짜증을 내며 쫓아냈다.

 

"···계산 실패네."

 

메디슨 포켓이 상체를 일으켜 침대 옆에 놓인 탁상의 클립보드를 팔락이며 읽는다. 신약 실험을 위해 각성제 투여를 한 것, 투여량, 환자의 증상, 약물들의 화학 구조, 치료를 위해 쓰인 약물······.

 

이미 전부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실험 일지에 구토를 했다고? 젠장, 그럼 기록이 날아간 거잖아! 빌어먹을."

"정말로 일어나셨네요, 메디슨 포켓. 상태는 좀 어때요? 급하게 가져다 드린 포자 시약이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드르륵, 하고 열린 병실 문 소리를 듣지 못한 메디슨 포켓이 클립보드에서 눈을 뗀다. 감사하게도 저를 살려준 밀단발의 소년이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늘상 짜증스러운 비글이 조금 누그러진 답을 했다.

 

"에즈라. 덕분에 살았네, 고마워."

"천만에요. 그래도 항상 투여량을 지켜서 실험하시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정말 놀랐어요. 마침 운 좋게 도움이 될 시약이 있었어서 다행이죠."

"······그래.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두통과 위장의 통증으로 인해 메디슨 포켓이 얼굴을 구겼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는 시간과 제 간이 해결할 일이기에.

 

"괜찮으세요? 의료진을 부르는 게 좋을까요?"

"아냐, 됐어. 나도 의사잖아. 내가 뭘 했는지는 알고 있고, 이제 수습하는 것도 혼자 할 수 있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꼭 사람을 부르세요. 저도 급하게 병문안 차로 잠깐 온 거라, 이제 가야 하거든요."

"그래."

 

에즈라가 걱정스레 미소를 지으며 짧게 인사하곤 병실을 나섰다.

다시 찾아온 정적에 메디슨 포켓은 침대에 도로 누웠다. 어차피 오늘은 연구를 더 하긴 글렀다. 잠으로 고통을 잊는 방법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생각과 함께 메디슨 포켓은 수마에게 자신을 맡겼다.

© 2026 hako | updated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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