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hal Dream
REVERSE: 1999 OC × Medicine Pocket yume | 1st Aid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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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Lethal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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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니다. 사후 현상은 물론 아직 불가사의하지만, 메디슨 포켓은 의사이자 과학자이다. 죽음은 죽음이며, 그것이 편안하든 고통스럽든 그런 요소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메디슨 포켓에게 있어서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정체停滯, 즉 자신이 추구하는 흥미와 자극의 끝 중 하나이다. 다만 육체의 숨이 끊기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닌, 영구적인 상해로 인한 흥미 추구의 중단 역시 그에게 있어서는 죽음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메디슨 포켓은 이 악몽 속에서 자신이 죽음을 그렇게 인지하고 있음을 제대로 깨닫기 시작했다.
“아···진짜 더럽게 끝도 없네.”
메디슨 포켓은 절단된 제 양 팔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슬슬 지긋지긋하다 싶을 정도의 악몽이 개연성 없이 계속되니 아무리 꿈이어도 정신적으로 지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악몽은 메디슨 포켓에게 있어서 몇 시간째 이어지고 있는 감각이었다.
누가 안 깨워주려나. 지금 아파 뒤지겠는데도 안 깬다고, 빌어먹을. 슬슬 아침 아니야? 아니, 애초에 꿈에서 느껴지는 시간 흐름은 현실과 현저히 다른 경우도 많아서 단정지을 수 없다.
갑작스레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 메디슨 포켓이 눈을 한 번 깜빡이니 주변은 어두컴컴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방이 새카만 공간이었다.
어둠?
아니였다. 단순한 어둠이라기엔 제 사지가 형광등 아래에서 보이듯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건 또 무슨 엿 같은 장난질이지.”
메디슨 포켓은 발을 내딛었다.
끝없는 정적, 끝없는 어둠. 끝없는 무채색.
지옥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떠한 자극도, 특징도 없는 세계. 어쩌면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메디?”
“···채이?”
한참을 걷던 메디슨 포켓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에 메디슨 포켓은 무의식적으로 답하곤 아차, 싶었다. 코 앞에 있는 이는 제가 아는 색채 상자와 다르게 온통 새하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소리가 똑같은데.

“어떻게 알아봤어?”
“어떻게 알아봤냐니, 이건 또 무슨 모습···악몽인데?”
“글쎄, 적어도 네가 이 곳에 온 건 확실히 놀랍긴 하네. 나는 널 도서관으로 먼저 데려갈 생각이었는데···여기서는 나도 그다지 자유롭지 않거든.”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여긴 뭐하는 곳이고?”
“나도 여기가 어딘지는 정확히 몰라. 가끔 갑자기 떨어져 있곤 하거든. 뭐어···대충 짐작은 가지만 확신은 들지 않아서.”
“어떻게 나가는 건데? 그 모습은 또 뭐고.”
“아직 네가 내 페이지를 전부 읽지 못했으니까 말해줘도 이해 못할 거야, 메디. 조금 더 참을성을 가져봐.”
“너는 무슨 꿈에서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냐?”
“꿈이라고?”
“그럼 이게 꿈이지, 뭔데?”
“확실히 무의식이 이 곳으로 이끌리기 쉽긴 한데···가만 있어 봐, 너 지금 병실에서 잠들었지?”
코 앞에 있던 소녀는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메디슨 포켓은 공간이 일그러짐과 함께 기묘한 감각을 느끼고 위를 올려다 보았다.
거대하고 새하얀 손이 제 머리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 거대한 손이 제 머리를 들어 어디선가 끄집어내는 감각과 함께 메디슨 포켓의 시야가 점멸했다.
이젠 목을 뜯어서 죽이려는 건가. 가지가지하네.
그 생각과 함께 무언가 뜯겨나가는 감각을 느낀 메디슨 포켓은 눈을 감았다.
◇
눈을 뜨니 여전히 라플라스의 병실 속이었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곁에서 색채 상자가 제 이마에 손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차가워.”
“일어났네.”
“방금 그건 뭐였어?”
“뭘 말하는 거야?”
메디슨 포켓은 시침을 떼는 것인지,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제 조수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정말로 모르는 건가?
“아니야, 됐어. 지금 몇 시야?”
“새벽 3시.”
“이런 미친.”
“그래, 너는 미쳤어. 메디, 지난번에 이어서 배운 게 여전히 없는 거야?”
“······.”
메디슨 포켓이 드물게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도가 심하지 않나? 뭐랬더라, 가상의 쇼크여도 몸이 진실되게 느끼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고.
식은땀에 잔뜩 젖은 환자복이 몸에 달라붙어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색채 상자가 깨워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뭐라고?”
“들었잖아, 두 번은 안 말해.”
“환자복 갈아입을래?”
“아니, 그냥 퇴원할래. 그런데 일단 땀 좀 닦고 싶은데.”
“그래. 도와줘?”
“그러든지.”
조용한 병실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잠시간의 정적을 깬 것은 색채 상자였다.
“외관에는 너무 연연하지 마. 어차피 껍데기 뿐인 육체라고 했잖아.”
“역시 너 맞았지?”
“뇌를 만져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그럭저럭 성공한 것 같긴 하네.”
“뭐? 뇌를 만져?”
“왜, 거짓말 같아?”
메디슨 포켓이 제 등을 닦던 색채 상자를 돌아본다. 금빛 눈동자가 검고 분홍빛의 형형한 눈동자를 마주한다.
메디슨 포켓에게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재주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그런 심리전을 즐기거나 말뜻을 해석하는 짓거리는 그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됐어, 알려줄 생각 없으면 관둬.”
“정확히는 오염된 실 한 가닥을 뽑아냈을 뿐이야.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다른 부분에는 영향가지 않게 노력했어.”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실험복으로 도로 갈아입으며 메디슨 포켓이 투덜거렸다. 하여간 이럴 때마다 말이 하나도 안 통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가 네게 무한한 자유를 줄 수 있다고 한 말 기억해?”
“그 터무니없는 소리를 어떻게 잊겠냐?”
“다행이네. 잊지 않은 덕인지 그래도 한 걸음 가까워진 것 같거든.”
“뭐가, 자다가 죽을 뻔한 멍청한 짓이?”
“응. 원래 무의식이 죽음에 가깝잖아?”
“헛소리 말고. 나는 숙소로 갈 거야.”
“같이 가. 또 악몽 꾸면 깨워줄게.”
“······.”
메디슨 포켓이 무언의 수긍으로 허락했다. 이러나 저러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꿈을 꿀 바에는 누군가 깨워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둘은 선선한 새벽 공기를 맡으며 병동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