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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박수를
REVERSE: 1999 | 호프만 남매

◈ ◈ ◈


 

_3.1의 유람 가이드 시뮬레이션의 버그로 인한 그레타?와 아들러가 조우합니다.

 

 

 

 

 

라플라스의 총책임자 대행은 회의실에 멍하니 서 있었다. 이번에 실시한 시뮬레이션의 모든 가능성은 이미 확인했지만, 그와 별개의 미련이 아들러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지와 결과를 확인하며 면박을 주던 전 상사나 동료들의 방해는 일절 없이.

아들러는 깊게 숨을 들이키며 이제는 익숙해진 시뮬레이션에 진입했다.

 

 

 

 

시뮬레이션은 순조로웠다. 이미 앞서 수십, 아니 수백 번 가까이 진행한 경험 덕에 아들러는 자신의 목표에 금방 닿을 수 있었다.

목표?

시뮬레이션의 성공?

더 나은 대처?

 

"—그레타 호프만 조사원!"

 

아들러는 저와 같은 칠흑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성을 향해 외쳤다. 이 터무니없는 무한한 시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제 누나의 망령에 가까운 이 존재가, 어쩌면 정말로 누나이거나, 아니면 그의 파편이라도 지니고 있길 바라며.

앞서 수십 번 반복했던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그저 외관만 따 온 걸 수도 있지. 호프만 매듭의 공여자잖아? 어느 철 없는 라플라스 신입이 추모를 겸해서 넣은 걸 수도 있다고. 그런 녀석이 누나를 제대로 알 리가 없잖아. 스스로를 그렇게 설득해나가던 아들러의 생각을 끊은 것은 돌아온 그레타의 목소리였다.

 

"아들러?"

"···누나?"

"네가 왜 여기 있지? 아무리 폭풍우가 임박했다 한들, 방구석에 은둔하던 너를 파견할 정도로 재단이 급해진 거야? 라플라스는 그걸 허락했고?"

"뭐? 아니, 아니야. 그 폭풍우라면 이미 지나갔어, 누나. 그리고···"

 

아들러는 밸런스 우산의 손잡이를 만지작댔다. 시뮬레이션 속의 모조품이지만, 아들러에게 있어서 이 우산은···.

 

"보여, 이 우산? 누나랑 누나의 그 제자···그래, 마커스. 둘이 노력해서 발굴한 결과물이야. 어떻게 보면 누나의 유품일 수도 있겠네. 폭풍우 면역 주문을 안정화시켜서, 조금이나마 인류가 나아갈 수 있는 장치를 발명해냈다고. 그리고 그 주문을 우리는···"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마구 토해내던 아들러의 목이 메이기 시작했다. 아니, 누나를 보게 된다면 이런 말부터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신차려, 아들러 호프만. 눈 앞의 이것은 누나가 아니야.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지? 어차피 보는 이 하나 없고, 이 기막힌 우연에 가까운 버그는 아들러에게 어쩌면 기회였다.

 

"아들러, 천천히 말해도 돼. 나는 어디 도망가지 않으니까. 같이 돌아가도 되겠네."

"······우리는 이걸 호프만 매듭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렇구나. 네가 많이 노력한 모양이네."

"······."

"아들러?"

"아냐, 아니야···그건 누나를 기리기 위해서야. 호프만 매듭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도대체 왜, 어째서 누나여야만 했던 거냐고."

 

스스로가 추하게 느껴질 정도로 억지로 쥐어짜낸 목소리가 끊겼다. 아들러는 이를 악물며 바닥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허상이라 한들, 그레타를 마주 볼 자신이 없어서.

 

"아들러."

"······."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구나. 키는 이만치 커서, 여전히 앞을 바라보지 못하면 어떡하니."

"···미안, 누나."

"사과하라는 의미는 아니였어. 알잖아. 네게 무슨 말을 남겨야 할지 생각도 못한 건 나니까."

"됐어. 누가 자신이 죽을 걸 항상 예상하고 유언을 남기냐고.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그렇지. 하지만 늘 위험이 뒤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내 실책도 분명히 있어."

"그건 누나 탓이 아니야. 알잖아?"

 

아들러가 애써 퉁명스레 대답했다. 고개를 드니 그레타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제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리운 표정이다. 저보다 제법 어린 동생을 이따금씩 걱정스레 바라보는 누이의 표정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기에.

 

"그래, 아들러. 그리고 네 탓도 아니지. 하지만 내 제자에게 꼭 나아가라는 말을 남긴 것과 달리 네게는 인사조차 못하고 갔잖니."

"하, 그건 그래. 하지만 대단한 위업이라도 세우기 위해 뛰어들었던 건 아니잖아? 뭐라도 알아내고 싶고, 누나의 주변을 지키고 싶었던 거 아니냐고."

"그랬지. 그리고 네가 여전히 건재한 걸 보니 실패하진 않았다, 싶네."

"그럼 뭐해. 정작 누나는 죽었는데."

 

아차.

이 빌어먹을 성질머리.

제 말실수를 인지하고 인상을 구긴 아들러의 머리에 꿀밤이 날아왔다.

 

"···???"

"그런 식으로 마커스에게도 대한 건 아니지?"

"뭐?! 아니야, 나를 뭘로 보는 거야?"

"그건 다행이구나. 예로부터 매가 약이라는 말이 있지 않니."

"미안한데, 하나도 안 아팠어. —억!"

 

성 파블로프 재단 5급 조사원의 조준은 상당히 정확하다. 이번에는 정강이를 제대로 가격당한 아들러가 다리를 부여잡았다.

 

"아들러 호프만, 말버릇."

"넵."

 

아들러는 정강이를 문지르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래, 이런 사람이었지. 더 이상 볼 수도 없는 제 혈육의 허상에게 쥐어터지는 것으로 기분이 풀리는 이 현실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앞으로 어떡할 건데?"

"나아가야지. 이 세계 역시 내가 없어진 이후에도 네가, 마커스가, 그리고 인류가 나아가려고 한 시도이지 않니? 그럼 나 역시 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동안 만큼은 최선을 다할 거라고."

"그래, 누나는 항상 그랬지. 별 시답잖은 희망은 거들떠 보지도 않으려면서, 꼭 나아가려 했어."

"그러니까 너도 나아가야 해, 아들러. 이게 네 첫 발딛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

"물론 아직 어린 네가 이해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은 채로 멈추었지. 그래도 네게는 아직 기회가 있어, 아들러. 그걸 소중히 여겨."

"알았어."

"이제 가야겠네. 아들러, 너도 따라올 거니?"

"······아니."

"그래,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누나!"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레타를 향해 아들러가 소리쳤다. 그레타가 멈추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거, 가져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레타의 손에 밸런스 우산이 쥐어졌다. 우산을 건네준 서툴지만 사려깊은 동생의 손이 작게 떨렸다.

그레타가 우산을 받아들고 아들러를 꽉 안아주었다.

 

"가, 아들러. 계속해서 가능성을 좇아."

 

 

 

 

"아들러, 정신이 드나?"

 

익숙한 천장이다.

아들러는 라플라스의 병실에서 깨어났다.

 

"···울리히? 잠깐, 말하지 마. 보나마나 과로로 온 거겠지."

"잘 아는군. 이미 끝난 시뮬레이션을 며칠 동안이나 돌려대는 미친 짓을 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누군가를 붙여 뒀을거야."

"하, 그것 참 고맙군. 미처 잡지 못한 버그···가 있는 듯해서 확인차 그랬던 거였어."

"버그? 그런 게 있었나?"

"그래.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니까 둬도 될 것 같지만."

"그런데 그걸 잡기 위해 몇날며칠을 지새웠다?"

 

미심쩍어하는 자성유체를 무시하며 아들러는 딱 밸런스 우산의 손잡이의 크기만큼 공허한 느낌을 쫓아내기 위해 손을 쥐었다 폈다.

© 2026 hako | updated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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