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tte is A Horse
REVERSE: 1999 OC × Medicine Pocket yume | 1st Aid Box
◈ ◈ ◈
“리리카, 라떼 마셔?”
“뭐라고?”
뜬금없는 피실험체의 질문에 괴팍한 비글은 잘근대던 펜에서 입을 뗐다.
“라떼 마시냐고. 입 아프니까 세 번은 안 물어볼 거야.”
“무는 건 내 주특기지. 내 입은 뭐든 거의 가리진 않는다는 건 진작 알고 있지 않나? 굳이 고르라면 우유나 크림을 탄 것보다는 블랙으로—내가 이걸 왜 말하고 있지? 마음대로 해.”
또 저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렸다. 30분 전만 해도 완전히 해부되었던 표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말끔한 자신의 피실험체는 유유자적 실험실을 거닐며 제멋대로 비글의 신경을 긁어댔다. 늘 그렇듯, 평범한 일상 중 하나였다.
“이해가 안 간다니까. 도대체 혈액이라 취급되는 부분은 왜 구현을 해두었고, 정작 열어보면 안은 텅 비어있는 건데? 혈액 쪽도 없는 게 깔끔하지 않냐?”
“채혈하는 게 네 취미 아냐? 나름대로 취향에 맞춘다고 해봤는데, 별로인가 보네.”
“됐다.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메디슨 포켓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다시 실험 일지에 코를 박고 골몰하기 시작했다. 생물학적인 부분을 거스르는 건 둘째치고, 물리법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제 피실험체를 아무리 가르고 열어봤자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자신의 친구—아니 상사—를 뒤로 한 채로 조수는 다른 일에 집중했다. 어디선가 들고 온 에스프레소 머신을 제법 능숙하게 세팅을 하곤 에스프레소를 내리기 시작했다.
실험실에 퍼지기 시작한 진한 커피 향에 메디슨 포켓이 고개를 들어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에스프레소 머신?
···탕비실에서 가져왔나?
“나는 모르는 일이야.”
“뭐를?”
“탕비실 도둑질.”
“네가 그 동안 잔뜩 집어먹은 간식들에 비하면 별 거 아닐 걸?”
“그건 그거고, 기계를 통째로 들고 오는 건 다른 이야기지. 만약 누가 와서 뭐라고 하면 나는 모른다고 할 테니까 알아서 책임져.”
“오, 걱정 마. 물론 메디슨 포켓씩이나 되는 연구원이 자신의 실험실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변명은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장난스러운 자신의 조수의 말에 비글의 표정이 구겨지고, 이내 비글의 손에 있던 서류뭉치 역시 구겨진 채로 책상에 던져진다. 그런 제 친구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색채 상자는 유유히 스팀 스틱으로 우유를 데우고는 잔에 붓고 있었다. 메디슨 포켓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윽박지르기 전까지는.
“됐고, 밍기적대는 꼴 보기 싫으니까 빨리 내놔. 하루종일 내리냐? 보고서 작업이나 도우라고, 좀!”
“음~. 덕분에 망했는데. 그냥 마셔. 어차피 맛은 같으니까.”
라떼 아트를 연습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런 불미스러운 모양은 처음 만들었다. 어쩌면 괜찮은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을 텐데, 옆에서 들어온 방해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색채 상자가 들이민 흰 커피잔에는 불미스러운 라떼가 담겨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구성 요소는 평범하지만, 위에 그려진 것은 영락없는 음경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커피잔을 받아들은 메디슨 포켓의 표정이 한 층 더 찌푸려졌다.
“멕이냐?”
“아니, 네가 방해해서잖아!”
“발화자가 워낙에 상습범이라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진짜 기분 더럽네, 미친.”
“그래, 엿이나 처먹어라. 이 개자식—아!!!”
솔직히 이 정도로 싸우는 경우는 잦지 않았지만, 가뜩이나 해석할 수 없는 해부의 결과물 때문에 성난 메디슨 포켓이었다.
어느새 집어 왔는지도 모를 채혈 바늘을 들고 달려들며 물어뜯기 시작한 메디슨 포켓 때문에 색채 상자가 비명을 질렀다. 정말로 고통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종종 부리는 엄살의 일부였다.
우당탕대는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메디슨 포켓, 색채 상자!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지?!”
“아, 울리히 씨! 이 미친 개가—”
“말 다 했냐?!”
“둘 다 그만 못해?!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매번 이게 무슨 짓이야!”
실험실에 들이닥친 자성 유체의 바로 뒤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권한 대행이 나타났다. 나름대로 그 개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색채 상자는 눈을 깜빡이며 상황 파악을 마치곤 얌전히 옷을 털고 일어났다. 제 위에서 일어난 색채 상자를 어이없다는 듯이 노려보고 메디슨 포켓 역시 일어났다. 분명 물어뜯으며 달려든 것을 메디슨 포켓일 텐데, 싸움 도중에 채혈 바늘이 뽑히는 바람에 오히려 피투성이가 된 것은 그였다.

“메디슨 포켓, 색채 상자!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지?!”
“아, 울리히 씨! 이 미친 개가—”
“말 다 했냐?!”
“둘 다 그만 못해?!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매번 이게 무슨 짓이야!”
실험실에 들이닥친 자성 유체의 바로 뒤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권한 대행이 나타났다. 나름대로 그 개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색채 상자는 눈을 깜빡이며 상황 파악을 마치곤 얌전히 옷을 털고 일어났다. 제 위에서 일어난 색채 상자를 어이없다는 듯이 노려보고 메디슨 포켓 역시 일어났다. 분명 물어뜯으며 달려든 것을 메디슨 포켓일 텐데, 싸움 도중에 채혈 바늘이 뽑히는 바람에 오히려 피투성이가 된 것은 그였다.
“메디슨 포켓, 색채 상자. 이렇게 말리는 것도 이번까지야. 다음은 없어! 너희가 사고 치지 않아도 이미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라고! 젠장, 라플라스에는 이런 녀석들 밖에 없는 거냐?!”
“그리고 아들러, 너는 그들의 수장이지.”
“나는 어디까지나 권한 대행이라고! 젠장, 루시는 이 짓거리를 도대체 어떻게 해 온 거야?!”
“미안, 아들러 씨. 하지만 염려하지 않아도 돼. 이래봬도 우리 둘 다 서로를
죽일 생각은 없고, 나름대로 사이가 나쁘진 않거든.”
“장난하냐? 너야말로 엿 처먹어.”
“메디슨 포켓.”
솜뭉치로 상처를 대강 누르며 메디슨 포켓이 으르렁댔다. 물론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사리지만, 그걸 계속해서 시험하는 제 조수를 보자하니 다시 분노가 끓었다. 바로 돌아온 권한 대행의 낮은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지만.
“잠깐, 저 에스프레소 머신은 왜 저기 있지? 탕비실에 있던 것 아니야?”
“나 아니거든? 저 녀석이 멋대로 갖고 왔다고! 나는 모르는 일이야!”
“너 정도 되는 녀석이 본인 연구실에 뭐가 있는지 몰랐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진짜라고! 젠장, 이런 ■같은!”
싸움의 원인인 커피잔의 그림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흔들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