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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of A Human’s Ribs
REVERSE: 1999 OC × Medicine Pocket yume | 1st Aid Box

◈ ◈ ◈


 

평소와 다름 없는 메디슨 포켓의 연구실에서 색채 상자가 소파에서 골몰했다. 소파 앞의 테이블에 종이 한 장을 두고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는데, 아무리 봐도 보고서 작성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탁.

 

탕비실에서 간식과 커피를 갖고 온 메디슨 포켓이 들어섰다. 늦은 저녁의 라플라스 탕비실은 좋은 에너지 충전 공간이다. 책상 위에 전리품을 아무렇게나 놓은 그가 색채 상자에게 다가간다. 종이 위에 엉망으로 여러 번 휘갈겨진 그림을 보곤 메디슨 포켓이 인상을 찌푸린다.

 

“보고서 작성은 안 하고 뭘 그려대는 거야?”

“인간에게 갈비뼈가 총 몇 개 있더라?”

“너는 라플라스 연구원증 반납해라.”

“에이, 그러지 말고.”

“뭔···또 뭐야?!”

 

무방비하게 서 있는 메디슨 포켓의 옆에서 손이 다가왔다. 차가운 두 손은 메디슨 포켓의 잿빛 옷 속에 들어가 그의 얇은 허리에 닿았다. 예상치 못한 서늘한 접촉에 메디슨 포켓이 흠칫했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두 손이 천천히 메디슨 포켓의 상체를 향해 올라갔다. 그러곤 우뚝, 엉뚱한 곳에서 멈춘다.

 

“이 쯤에 있지?”

“더 위에 있거든. 이따가 네가 읽어야 할 논문 한 트럭을 갖다 줘야겠어.”

“오, 찾았다. 근데 밥 먹고 다니는 거 맞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느껴질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하? 너보단 열심히 먹거든? 오감을 전부 사용해서 표본을 관찰하는 건 좋은 자세긴 한데, 좀.”

“웬 칭찬? 으음···둘, 셋, 넷.”

“···야.”

 

색채 상자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위로 올라가 금세 가슴까지 도달한다. 묘한 분위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손길에 메디슨 포켓은 작게 숨을 참았다. 그렇게 기묘한 적막이 계속되었다. 색채 상자의 손이 메디슨 포켓의 가슴께에 작게 솟은 돌기에 닿기 전까진 말이다.

 

“어.”

“그만해라, 진짜···.”

“실수야. 진짜 그 쪽을 건들 생각은 없었다고.”

“애초에 이렇게 한다고 12쌍 전부를 제대로 만질 수는 없다고!”

“아, 그래? 진작에 말하지. 그래도 등쪽까지 쳐서 8쌍까지는 제대로 셌는데.”

“도대체 그 깡통은 왜 네가 입사하는 걸 막지 않은 거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사실 12쌍인 건 만지다가 기억났어.”

 

“지금 장난해?”

“근데 네 가슴, 생각보다 말랑말랑하다?”

“뭐?!”

 

펄쩍 뛰는 메디슨 포켓에게서 색채 상자의 손이 거두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서늘했던 색채 상자의 손은 상대의 체온 덕인지 약간의 온기가 돌았다. 그와 대조되는 질린 표정의 메디슨 포켓이 뒤를 돌아봤다. 어처구니가 없다. 가만히 두긴 했지만, 어쩐지 희롱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 녀석은 다른 녀석들한테도 이렇게 스스럼없이···하나?

사회성이 눈꼽만큼만 있는 본인도 그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알고 있다. 터무니없는 생각에 메디슨 포켓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러냐?”

“전혀.”

 

색채 상자는 으쓱대며 바로 부정했다. 뻔뻔한 그의 반응에 메디슨 포켓이 울컥했다.

 

“그럼 왜 나한테는 이러는 건데.”

“진짜 알고 싶어?”

“꺼져.”

 

알면 다칠 것 같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어 짜증이 올라왔다.

그야말로 열 받은 그가 자신의 실험 가운을 벗어 던졌다. 색채 상자는 그걸 받아들고 의자에 걸쳐 둔다. 흔한 조수의 역할이다.
 

 

“리리카, 화났어?”

“어. 말 걸지 마.”

“뭣하면 너도 만져봐도 돼. 갈비뼈는 없지만.”

“하아···.”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완전 안쪽까진 힘들어도 겉에선 느껴지게 적당히 손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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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때리는 새끼. 보다 사람 같은 모습으로 껍데기를 바꾸겠단 말을 너무나도 쉽게 한다. 애초에 자신의 “사람 흉내”가 종종 이질적이라는 걸 자각이나 하고 있는지.

 

“그냥 그대로 놔둬. 귀찮아서 무성의 껍데기를 택했다며? 그런데 굳이 번거롭게 뼈 부분을 추가할 이유가 있냐?”

“그건 그래.”

 

메디슨 포켓은 그새 미지근해진 블랙 커피를 홀짝이며 크래커 포장을 뜯었다. 색채 상자가 그런 메디슨 포켓의 뒤에서 기웃거린다.

 

“내 거는?”

“못난 조수 줄 커피 따윈 없다.”

“치사하긴.”

“넌 아이스만 마시잖아.”

“그건 그래.”

“쯧.”

“근데 얼음 담아둔 잔은 있으니까 네 커피 좀 내놔봐.”

“뭐야?”

 

크래커를 바작이던 메디슨 포켓은 그대로 커피잔을 빼앗겼다. 색채 상자는 태연하게 자신의 연분홍색 잔에 커피를 따르고 다시 메디슨 포켓에게 잔을 돌려주었다. 돌려받은 메디슨 포켓의 잔에는 커피가 절반보다 적게 남아 있었다. 황당해하는 비글의 손에서 크래커도 반절 사라졌다.

 

“양심 뒤졌냐?”

“새삼스레?”

“네 발로 가서 더 들고 와!”

“다음 번엔 그럴게요, 상사님.”

 

둘의 투닥거림 속에서 라플라스의 밤은 깊어져만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활기찬 목소리가 밤의 고요함을 깨며 나타났다. 색채 상자가 목소리의 근원지인 창문을 열자 종이 뭉치가 품에 쏟아져 내렸다.

 

“소포 배달이야!”

“플러터 페이지? 뭘 들고 온 거야?”

“내가 아까 논문 한 트럭 가져다 줄 거라고 했잖아.”

“아.”

“플러터 페이지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

 

칙칙했던 연구실을 활짝 밝힌 소녀가 서류 더미를 남기며 빠르게 사라졌다. 책상에 제 키의 절반 정도의 높이로 쌓인 서류더미를 바라보며 색채 상자가 한숨을 쉬었다.

 

“언제까지 다 읽으라고?”

“한숨 쉬는 건 또 언제 배운 거야? 밤 새서라도 다 읽어. 너 어차피 잠 안 자도 되잖아.”

“이건 비인도주의적인 행태야. 루시 씨에게 보고하겠어.”

“그러든지, 네가 인간이긴 하냐? 어차피 나도 철야할 생각이었거든. 각자 할 일이나 하면 되겠는데.”

“좋을대로 해.”

 

아무래도 오늘도 두 사람의 야근은 확정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연구실 안에서는 종잇장이 팔락이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 2026 hako | updated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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