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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Death
REVERSE: 1999 OC × Medicine Pocket yume | 1st Aid Box

◈ ◈ ◈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뭐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니 모르겠는데 뭔가 이상해.”

 

메디슨 포켓이 방금 채혈한 색채 상자의 혈액 샘플을 정리하며 말했다. 언제 튈지 모르는 색채 상자의 ‘혈액’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매일 세 번의의 채혈은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오후 8시의 채혈은 그렇게 끝이 났다.

색채 상자는 정리하는 메디슨 포켓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감지한 메디슨 포켓이 말을 이었다.

 

“지금 너 멍하잖아.”

“그러면 안 돼?”

“아니···너답지 않다고.”

“그래? 세심하네.”

 

색채 상자가 실없이 웃었다. 제 몸 상태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메디슨 포켓이 얼굴을 찌푸렸다. 말을 해야 뭔갈 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아님 말든지. 근데 이상하면 꼭 말해라?”

“그래.”

수술용 침대에서 내려온 색채 상자는 다시 유유히 떠다녔다. 미묘하게 멍한 것만 빼면 그래도 별 문제는 없나. 메디슨 포켓이 흰 장갑을 제 실험복 주머니에 쑤셔넣고 색채 상자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차갑잖아.”

“평소에도 그런데?”

“아니, 평소보다 차갑다고.”

“네가 열이 오른 건 아니고?”

​”나는 누구랑 다르게 제 몸 상태를 자각하고 있거든.”

“그래? 그런 것치곤 큰 일 낼 뻔한 적도 제법 있었잖아.”

“나도 사람이니까.”

 

색채 상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 너도 사람이니까. 맨날 개처럼 굴면서 제법 인간적인 행태가 재밌으니까 내가 네 곁에 있기도 하지. 색채 상자가 슬그머니 메디슨 포켓의 손에서 제 손목을 빼냈다. 메디슨 포켓이 그런 색채 상자와 제 맨손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 장갑을 꼈다.

 

“미적거릴 시간에 보고서 작성하는 게 낫지?”

“당연한 소리를.”

“그럼 나는 소파에서 할래.”

“마음대로 해.”

 

둘은 그렇게 떨어져서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

 

오후 11시. 철야 도중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제 조수를 의자 너머에서 눈치 챈 메디슨 포켓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야, 자냐?”

 

묵묵부답.

조금 더 큰 소리로 부르며 메디슨 포켓이 색채 상자에게 다가갔다.

 

“뭐야? 야!”

 

제 조수는 평안한 표정으로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잠들었나? 팔자도 좋다. 그런데 이 녀석은 굳이 수면을 취할 필요가 없다 했는데. 아까 이상했던 것과 관련이 있나?

 

“너 잘 필요 없잖아, 뭔데? 일어나!”

 

발로 색채 상자를 툭툭 건드리던 메디슨 포켓이 돌연 멈추었다. 잠든 듯한 색채 상자에게서 코피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붉은 혈액이 아닌 새파란 색의 무언가가.

상황을 인지한 메디슨 포켓은 제 몸 속의 피가 싹 식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녀석의 혈액은 이전에 채취한 적이 있지. 그런데 그 때는 분명 투명했잖아? 이건 도대체 뭔데? 애초에 이딴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하···순서대로 하자.”

 

메디슨 포켓은 철야로 지끈대는 제 미간을 꾹꾹 눌러댔다.

그에 이어 주머니에서 면봉, 봉투, 그리고 솜뭉치를 꺼냈다. 면봉으로 혈액으로 추정되는 것을 채취하고 봉투에 담았다. 어쨌든 출혈에 가까운 듯하니 솜으로 지혈해두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코에 해당되는 부분을 솜뭉치로 틀어막았다.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처치는 끝났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게 맞나?

 

“야. 듣고 있어? 깊게 잠든 건지, 의식 불명인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메디슨 포켓이 이마를 마주 대니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도 차가웠다. 아까의 진찰은 기우가 아니었던 것이다.

 

“설마 죽었나? 그 정도로 내가 뭘 하진 않았을 텐데.”

 

아마도. 내가 너무 초자연자의 특성을 과신했나?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 녀석이 미리 제어를···.

할지 모르겠다. 자꾸 내 한계를 시험하며 조금씩 밀어대는데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메디슨 포켓이 혀를 차며 색채 상자를 계속해서 관찰하며 노트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호흡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초에 그에게 있어서 호흡은 필수가 아니니까 우선 다른 부분부터.

체온은 확실히 평소보다 떨어져 있다. 관련이 있나?

 

툭.

 

관찰하던 메디슨 포켓의 손끝에 색채 상자의 손이 닿았다.

자세히 보니 손이 약간 투명해져 있었다.

···투명?

도대체 뭔데. 분명히 멀쩡히 만져지지만 이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볼펜으로 머리를 긁으며 메디슨 포켓이 얼굴을 찡그렸다. 해부할 때조차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았던 이 액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며, 너는 왜 갑자기 의식 불명이고, 네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라 규정해야 하는지.

더 단서가 될 만한 부분은 없을까?

 

그런 메디슨 포켓의 머리에 순간 UTTU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뭐랬더라.

 

“◇를 세 번 부르면 어떤 일이 생긴다···였나?”

 

그게 무슨 소린데. 이 와중에 그건 또 왜 떠오른 거지? ◇가 무엇인지는 메디슨 포켓 역시 모른다. 항상 채이라는 별명이나 색채 상자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어느 나라에서는 사신이 세 번 이름을 부르면 영혼이 거두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나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인데? 굳이 따지자면 사신의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따지면 내가 세 번 부르면 영혼이 다시 돌아오나? 웃기는 소리. 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부지기수였을 테다.

메디슨 포켓은 제 머리 위를 휘휘 내저어 잡생각을 흩트렸다.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럼 내가 이 녀석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갑자기 깨어나기라도 하게?

 

애초에 나는 너의 이름을 모르는데.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가?

 

“채이.”

“······.”

“채이, 채이. 색채 상자. 눈 좀 떠 봐. 설명 좀 해보라고.”

 

메디슨 포켓이 한숨쉬듯이 제 앞의 조수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색채 상자의 눈이 꿈틀대더니 떠졌다. 몇 번을 깜빡이던 두 눈은 옆에 서 있던 메디슨 포켓을 향했다.

 

“···리리카.”

“드디어 깼네. 뭐였는데, 방금?”

“어지러우니까 조용히 좀 해.”

“어지러워? 어지러울 뇌랑 머리라는 게 실존이나 해?”

“어. 그러니까 조용히 좀 해봐.”

“나한테 미리 이야기는 해야 할 거 아냐!”

“누가 기절을 통보하고 하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설명할 수 있는 병명이나 증상이 있으면 나에게 미리 이야기 했어야지! 나는 연구자고, 의사고, 따지고 보면 네 주치의이기도 해! 그런데 나에게 숨기는 게 있으면 곤란한 게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걸 몰라?!”

“실수야, 자각하고 있어. 그보다 이 껍데기에까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뭐?!”

“영혼에 가끔 충격이 가해지면 그래. 그건 껍데기가 아니라 진짜 내용물에 해당되는 거니까, 그릇의 여부랑은 상관 없다고.”

“그러니까 그 충격 갈 일이 도대체 뭔데?”

“······.”

 

색채 상자가 텅 빈 미소로 대답했다. 그것은 메디슨 포켓의 성질을 더 긁을 뿐이었다.

 

“제기랄, 말을 해! 말을 해야 대비를 하지!”

“그냥···의학적으로 분류하자면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알잖아, 무슨 뜻인지.”

“아, 메스머 주니어의 도움이 필요하시다?”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그걸로 해결될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 그러시겠지. 대단하신 초자연자시니까 매커니즘이 다를 수도 있겠지.”

“······.”

“뭔데? 짐작할 만할 지식 정도는 있잖아, 대가리 좀 굴려봐. 해부가 아니라 수술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건 자신 있거든.”

“나도 모르는 공간이야.”

“···설마, 거기야?”

“거기라니?”

“그 새카만 공간.”

 

“그걸 기억해? 맞아, 나는 심연이라고 부르곤 해.”

“아, 그런데 여전히 모르겠다고? 네 세계가 아니야, 거긴?”

“신에게도 무의식은 미지의 구역이니까.”

“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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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빙빙 도는 색채 상자의 대답에 메디슨 포켓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제대로 된 대답은 영원히 하지 않겠지.

메디슨 포켓은 그 사실을 상기하곤 금방 포기했다.

 

“그럼 그 파란 피는 뭔지 물어봐도 되나? 어차피 분석 맡길 거거든.”

“음···분석이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산물이야. 영혼의 출혈 같은 거지.”

“그래서, 네 피는 원래 파랗다?”

“글쎄, 아닐 걸?”

 

메디슨 포켓이 이를 꾹, 악물고 화를 삼켜냈다. 뭐 이딴 수수께끼 덩어리 같은 녀석이 다 있지. 전부 대답해준다더니, 대답의 7할은 알 수 없는 소리로 가득하다. 어쩌면 색채 상자 제 자신도 스스로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 행태에 연구자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메디슨 포켓은 주머니에서 민트맛 사탕을 꺼내 색채 상자에게 던졌다.

 

“됐어. 그거나 먹고 잠 깨.”

“응.”

“다음부터는 말을 해. 혼자 끙끙대는 것보단 내가 놔주는 수면제가 훨씬 도움될 걸?”

 

“안 통한다는 거 알잖아.”

“아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안정이 필요한 환자에게 정도 이상의 분노를 내비치지 않는 메디슨 포켓이었다. 색채 상자는 민트맛 사탕을 우물거리며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걱정했어?”

“연구자라면 당연히 실험체 걱정을 하기 마련이라고.”

“상냥하네. 그런 면모가 있을 줄은 몰랐어.”

“곡해해서 듣지 마.”

“그래, 그래. 난···조금만 더 잘래. 악몽 꾸는 것 같으면 깨워줘.”

“잔다고? 또?”

“안 돼?”

 

색채 상자가 그렇게 말하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이제는 하품을 할 줄도 아는구나. 제 실험체의 기묘한 인간 흉내에 대한 지식이 하나 더 늘었다. 메디슨 포켓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실없는 생각을 쫓아냈다.

 

“그게 낫다고 판단했다면 그렇게 해. 근데 바로 깨워줄 거라곤 장담 못하니까 그렇게 알고.”

“그래, 고마워.”


색채 상자가 눈을 감았다. 메디슨 포켓은 책상 위에서 작업하던 서류뭉치를 들고 색채 상자의 옆에 앉아 하던 일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 2026 hako | updated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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