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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Uninvited Visitor
REVERSE: 1999 OC × Medicine Pocket yume | 1st Aid Box

◈ ◈ ◈


 

라플라스 과학 연구소에는 야외 운동장이 존재한다.
과학 연구소에 웬 뜬금없이 운동장? 연구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인가?
반절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라플라스의 바이오 부서장인 메디슨 포켓은 혈기왕성했으며, 곧잘 자신의 에너지와 폭력성을 방출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전에 제 성미에 맞지도 않는 갖은 인도주의적 사유를 주렁주렁 붙인 요청서가 통과되었기에 가능했다. 아무튼 라플라스의 책임자는 인간이 아니지만, 인도주의적인 지원에는 지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120 제곱미터가 훌쩍 넘는 공간에서 메디슨 포켓은 캐치볼 기계를 작동시키고 네 발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실험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모래주머니를 너다섯 개즈음 터트렸을 때, 캐치볼 기계의 작동이 멈추었다.

“뭐야? 이 고물 기계가 또 말썽인가?”

메디슨 포켓이 도로 두 발로 일어나서 캐치볼 기계에게 다가갔다.
캐치볼 기계는 별다른 고장 없이 잠잠했지만, 그 옆에서 일렁이는 작은 흰색 빛이 이질적이었다. 어딘가에서 반사된 빛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메디슨 포켓이 무의식적으로 그 
빛에 손을 뻗었다.

“···차가워. 빛에서 온도가 느껴진다고?”

이 흥미로운 현상을 놓칠 리가 없는 메디슨 포켓은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꼈다. 당장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을 보아하니 조금은 더 관찰해도 될 것 같아서.
새하얀 빛은 점차 커져갔고, 메디슨 포켓의 손은 더 이상 그 빛을 관통할 수 없었다. “그것”은 발광하는 물체로 변하고 있었다. 실체가 있는 빛이다. 누군가의 마도술인가?
메디슨 포켓이 머릿속으로 관찰한 것을 정리하던 중, 그 빛은 갑작스레 커지며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 메디슨 포켓은 눈을 찌푸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동시에 해독할 수 없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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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와 빛이 사그라든 것을 느낀 메디슨 포켓이 눈을 떴다. 그 간격은 5초도 채 되지 않았다.

메디슨 포켓의 코 앞에는 웬 소녀—아니, 소녀가 맞긴 한가?

아무튼 어떠한 인간형의 존재가 쭈그려 앉아 자신과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안녕, 귀여운 강아지야.”

“······???”

“놀라지 말고. 계속 그렇게 앉아 있을 거야?”

“아니,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아까부터 관찰하고 있었으면서 웬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야?”

“뭐라고?!”

“계속 그렇게 자빠져 있을 거야?”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메디슨 포켓은 그 호의를 쳐내며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었다.

 

“매정하긴.”

“정체도 모르는 녀석 손은 함부로 잡지 않는 게 내 철칙이라.”

“그래? 그럼 앞으로 알아가면 되겠네. 잘 부탁해, 메디슨 포켓.”

“하? 나는 동의한 적 없어. 내 이름은 또 어떻게 아는 거야?!”

“네 연구원증.”

“아.”

 

메디슨 포켓이 드물게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어떻게 라플라스의 보안을 뚫고 홀연히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 과학자라면 중요한 인재, 그게 아니라면 연구할 만한 마도학자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메디슨 포켓의 머릿속에 그런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요컨대 재단에도 등록되지 않은 마도학자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메디슨 포켓은 오히려 경계를 풀었다. 녀석을 구슬려서 정보를 얻어낼 심산이었다.

 

“네 이름은?”

“색채 상자. 편하게 채이라고 불러.”

“마도학자야?”

“어떤 것 같아?”

“미리 말하는데, 나는 수수께끼 안 좋아해.”

“음···너희 세계의 기준으로 본다면 초자연자야.”

“그래? 더 좋네.”

“어떤 점이?”

“안 그래도 초자연자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싶었는데, 표본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잖아?”

“그렇게 되나?”

 

메디슨 포켓은 라플라스 건물 내부로 발걸음했고, 그 옆에는 자신을 색채 상자라고 소개한 이가 따라왔다. 어차피 자신이 막아도 이미 라플라스 내로 들어온 이상, 옆에 두고 감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내 메디슨 포켓의 개인 실험실에 도착했다.

어느 20세기 말, 9월 18일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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