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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맞춤
REVERSE: 1999 OC × Medicine Pocket yume | 1st Aid Box

◈ ◈ ◈

_구급상자가 진짜로 키스를 합니다

오너의 추잡한 욕망이라 맥락 따위는 없음

선 ×× 후 키스를 하는 ncp가 실존

 

 

 

 

"메디, 키스해봤어?"

"이건 또 무슨 질문이지?"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 온 메디슨 포켓에게 질문이 꽂힌다. 의자에서 태평하게 늘어져 있던 색채 상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냐, 라는 표정으로 메디슨 포켓을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그런 행위에 딱히 관심 없다는 건 알지 않나?"

"그래? 그런 것치곤 성관계는 나름 제대로 임했잖아."

"······실험이었으니까. 그리고 네가 밤낮없이 와서 괴롭혀대는데 누가 그걸 견디겠냐?!"

"시시하긴."

"그래서 뭐, 이번엔 키스하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니까 좋네."

"도대체 어디서 계속 이런 걸 배워오는 거야?"

"···라플라스 열람실에는 별의 별 게 다 있으니까."

"그런 건 보통 연인 관계에서나 하는 거야, 알아?"

"그래?"

 

커피잔을 책상에 내려놓은 메디슨 포켓이 뒷목을 잡았다. 이 어정쩡한 상식이라곤 없는 새끼. 이번에도 빨리 해치우는 게 낫겠지. 그렇게 판단한 메디슨 포켓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나 아직 커피 안 마셨으니까 지금 해."

"속전속결이네."

"저번처럼 며칠 내내 달라붙는 건 사절이거든."

"그래, 그럼."

 

 

 

 

"······."

"야, 입 벌려."

"뭐?"

"입 벌리라고."

 

메디슨 포켓이 낮게 으르렁대자 색채 상자가 순순히 따랐다. 메디슨 포켓이 상대의 아랫입술을 살짝 잘근대더니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다. 흠칫하는 색채 상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의 손 위의 제 손에 힘을 강하게 주었다. 옅은 민트 향과 꿀 향이 뒤섞였다.

 

그렇게 둘의 첫 입맞춤은 제법 길게 이어졌다. 키스를 끊은 건 메디슨 포켓을 지그시 밀어낸 색채 상자의 손길이었다.

 

"···도망 안 간다고."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나를 향한 신뢰도가 그렇게나 낮아?"

"뭐···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토하진 않네?"

"하."

 

메디슨 포켓은 눈을 데룩, 굴리더니 숨을 골랐다. 색채 상자와 다르게 인간인 자신은 산소를 요하기에. 색채 상자가 눈을 흘기며 비꼬았다.

 

"거 봐, 끊길 잘했지?"

"흥."

"네 한계를 아는 것도 중요해, 메디."

"네가 할 말이냐?"

"적어도 나는 키스하다가 숨이 부족해서 죽거나 하진 않을 거야."

"어, 퍽이나."

"심술궂기는."

 

능숙하게 자신을 채혈한 메디슨 포켓이 채혈 키트를 하나 더 들고 색채 상자에게 다가왔다. 색채 상자가 익숙하게 자신을 팔을 내밀었다.

투명한 액체가 금세 주사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유의미한 변화가 있긴 했어?"

"글쎄."

"저번에 관계하고 채혈했던 건?"

"변화가 있긴 했어. 마찬가지로 분석할 수 없어서 문제지."

"그래?"

"너는 분석할 수 있냐?"

 

메디슨 포켓이 서류 뭉치를 색채 상자에게 건넸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성분들의 나열과 추가된 또 다른 성분의 나열이 잔뜩 있는 종이. 색채 상자가 그것을 훑어본다.

 

"몰라."

"그럼 그렇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간들의 옥시토신과 비슷하지 않을까? 봐봐, 좀 다르긴 하지만 연결된 구조가 비슷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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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그 가설도 생각해 봤지만···으! 역시 인간만의 기준으로 따져선 답이 없다고. 초자연자야말로 천차만별이라 단정 지을 수도 없고."

"그거야 그렇겠지.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게 네 정신건강에도 이득일 걸?"

"아니, 너라는 존재···에 대해 알아가는 건."

 

필요 없나?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다소 멀리 와버린 듯한 둘의 관계다. 애초에 라포 형성도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알아가는 건?"

"쓸데없지는 않아."

 

그런데 평범한 실험이랑은 역시 다른 느낌. 스킨십이나 거리감의 차이 정도인가? 잘 모르겠다. 곰곰히 생각하는 메디슨 포켓의 생각을 끊은 건 색채 상자의 질문이었다.

 

"그런데 처음 하는 거 맞아?"

"뭐를?"

"키스."

"그딴 게 궁금해? 맞아."

"그래? 왜 잘하지."

"잘하는지 못하는지 너는 어떻게 아는 건데?"

"그건 노코멘트할게."

"해봤냐?"

"······."

 

이런 썅. 내가 처음이 아니라고?

아니, 이 기분은 뭐지? 애초에 우리는 연인 사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심사가 뒤틀리지. 그런데 그럼 이 실험은 네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 이미 해봤으면서?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떠오른 의문이 내뱉어졌다.

 

"···내가 더 잘해?"

"진짜 궁금한 거야?"

"어. 짜증나니까 알아야겠어. 상대가 누구였든 간에."

"유치하긴, 연습한다면 네가 더 나을 것 같긴 하네."

"쳇."

"쓸데없는 승부욕 키우지 마."

"그래서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뭐가 기준이라고?"

"꼴리느냐 아니느냐의 차이지."

"단어 선택 진짜 천박하네."

"직설적이라고 해줘."

"그런데 너는 내가 뭘 해도 이상하게 반응하잖아?"

"내 호감을 그렇게 곡해하다니 정말 슬프네."

"헛소리 말고. 가끔 너랑 대화하다 보면 뇌가 썩는 기분이야."

"그것 참 유감이네. 그럼 뇌를 잘라."

"되겠냐고."

 

이어지는 황당한 조수의 발언에 메디슨 포켓이 이마를 짚었다. 뇌가 썩든지 아이큐가 떨어지든지, 하여간 여러모로 짜증난다. 그가 한숨을 쉬며 채혈한 샘플을 정리하는 동안 색채 상자는 예의 혈액 분석 결과지를 팔랑이며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왜 분석이 안 되는지 알 것도 같아."

"왜?"

"언어가 다르잖아. 너는 여전히 내 세계의 언어를 하나도 모르고."

"그럼 가르쳐 주든가."

"그렇게 해서 배우는 게 아니라니까."

"하···짜증나."

"아무튼 계속 보다보니 알겠어. 확실히 언어 차이의 문제야. 번역할 수 없는 걸 번역하려 하니까 이 모양이지."

"해결 방법은?"

"분석자가 내 언어를 깨우친다?"

"염병."

 

잠시 솔깃했던 메디슨 포켓이 종이를 구긴다.

 

"그 놈의 네 세계라는 곳에 갈 수만 있다면 진작에 갔어! 가서 그 언어인지 뭔지도 전부 알게 되었을 거고! 그런데 안 되잖아?"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제길! 그럼 방법을 생각 좀 해봐. 계속해서 빙빙 도는 결과물은 이제 신물이 나니까!"

"일단 잠을 제대로 자 봐. 그럼 좀 더 가능성이 높아질 거야."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전에 갔던 그 검은 공간 기억나?"

"심연인지 뭔지 했던 거기?"

"그래. 무의식 상태에서 거기로 흘러들어갈 수 있었다면 내 세계 쪽으로 잠깐 넘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거든."

"참 도움되는 이야기네."

"그치?"

"비꼬는 거야. 좀 알아들어!"

 

메디슨 포켓이 자신의 분노 버튼—아니, 짜증나는 조수에게 꿀밤을 때렸다. 당연히 타격은 없지만 당장의 분노를 해소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기에. 잠은 자고 싶다고 해서 잘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라플라스 연구원들이 가장 잘 아는 사실이었다.

메디슨 포켓이 머리를 문지르는 색채 상자에게 채혈의 결과물을 넘겼다. 이번에는 색채 상자가 샘플을 가져다줄 차례라는 의미였다. 색채 상자가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고 연구실을 순식간에 나섰다.

 

혼자 남겨진 메디슨 포켓이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 입 마시고 중얼거렸다.

 

"···왜 단맛이 나지."

© 2026 hako | updated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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